터키 제 1의 관광도시, 이국적인 느낌을 넘어 우주적인 광경을 선사하는 카파도키아 지역 괴레메로...
해외로 나가는 것이 회를 거듭할 수록, 낮선 곳을 여행하는 긴장감 같은 것은 덜어지지만 동시에 새로운 것에 대한 설레임도 옅어지는 듯 하다. 여행도 마찬가지로 희소한 것에 의해 가치를 느끼는 것이겠지? 외국에 붙어 앉아서 살거나, 많은 나라를 모두모두 둘러보아서 지구가 우리집처럼 되면, 그 '여행'이라는 것도 언젠가는 특별한 것이 아니게 될 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터키로 가는 대한항공은 이스탄불로 취항하지만, 성수기가 막 시작되는 5월말 아쉽게도 이스탄불에 숙소를 예약하는데 실패하였다. 그래서 이스탄불은 거쳐가는 도시로 Skip하고 바로 카파도키아 괴레메로 향하기로 한다. 대한항공이 이스탄불에 떨어지는 시간이 19:40분인데 카파도키아 가는 버스의 막차가 21:30분에 있기 때문에 시간을 절약하고자 인천공항에서 터키돈(Lira) 100리라를 환전해 놓았다.
이제는 더 이상 특별할 것도 없는 대한항공 비행기를 12시간 타고 이스탄불에 도착했다. 기내식과 간식은 맨날 그 밥에 그 반찬인 것 같다. 스튜어디스 여러분은 어떻게 그 권태를 이겨내시는지...ㅎㅎ 그래도 영화는 최신영화를 많이 담아주는 것이 마음에 든다. 이번에 알게 되었는데 개봉중인 영화여도 별로 인기없는 것은 기내에 올라와 있기도 한다는 것. 컴퓨터 OS와의 사랑을 다룬 영화 'her'를 보며 지루함을 달래었다.
이스탄불에 도착해서는 막차 버스를 놓치지 않기위해 한 치의 삽질도 없이 버스터미널(Otogar)로 향했다. 터키어 자판기로 안내되어있는 완전 낮선 지하철 토큰도 한 번에 뽑아내고, 복잡한 길도 헤매이지 않은 스스로가 참 기특기특ㅋㅋ 그렇게 빨리 갔지만 9시가 다 되어서야 티켓을 구입할 수 있었다.
터키의 버스터미널, 그리 친절하게 안내되진 않기에 버스 번호를 보고 잘 찾아야 한다. (저 멀리에 있을 수도 있으니 근처에 안 보인다고 넋놓고 있으면 안됨.)
땅은 넓으나 철도는 깔려있지 않은 터키라, 대신 버스가 엄청나게 발달했다. 특히 야간버스를 많이 타고, 한밤중의 휴게소에도 밥먹는 사람이 꽤나 많다. 그리고 대부분 벤츠 버스인데 설비가 매우 좋은 편이며, 스튜어디스 같은 사람이 두 명 정도타서 심심하지 않게 차와 케이크 등을 서비스한다.
12시간의 비행 + 10시간의 야간버스를 거쳐 괴레메에 도착했다.
비몽사몽한 정신에 강렬한 햇살을 받으며 울퉁불퉁한 지형을 보고있으니, 다른 나라에 왔다기 보다는 다른 행성에 와 있다는 '이계적인' 느낌이 든다.
터키 오기 전에 Traveller's Cave Hotel을 예약코자 하였으나, 나의 메일에 답이 없었기에... 거리낄 것이 없는 방랑자는 예약없이 이 메마른 행성을 탐사하게 된다.
같이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Traveller's Cave가 호텔 외에도 펜션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가격 저렴하고(싱글 35 EUR) 시설도 괜찮은 편이었고, 무엇보다도 가이드북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인지... 방이 있었다~!
Traveller's Pension 테라스에서 터키식 아침식사 카흐발트를 즐기며 행성 감상
3층 구조로 되어있는 펜션
내 방은 정면을 향해있고, 큰~ 돌이 보이는 곳이었다.
아침에 도착한거라 바로 그린투어(하루종일 카파도키아의 자연을 벗삼아 걷는 것)를 할 수 있다고 했지만, 12시간의 비행 + 10시간의 야간버스 후 바로 트레킹을 했다가는 머나먼 행성에서 돌연사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듬. 그래서 아침식사 후 조금 쉬고 동네를 산책하기로 했다.
커피전문점의 네이밍 센스;;(Coffeedocia)
카파도키아의 투어코스 중에 레드코스라고 있는데, 메마른 붉은 땅 위주로 관광하는 것이다. 나는 그린투어가 더 나을거라고 생각해서 레드코스는 핵심적인 부분인 괴레메 야외박물관만 별도로 방문하기로 한다. 괴레메 읍내;; 에서는 약 1.5km정도 떨어져 있는데, 그늘없이 뙤약볕을 지나야 하기 때문에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도 많았다.
흙먼지를 마시며 ATV를 탈 수도 있고, 승마체험도 가능함.
올라가는 길에 야외박물관의 한 조각이 보이지만, 여기가 입구는 아니다. 뭐라고 안내가 안되어 있기 때문에 수 많은 관광객이 낚여버린다.
여기가 입구, 반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구경하는게 적절한 동선인 것 같다.
중간중간 석굴안에 들어갈 수 있는데 정말 쿨하다.
돌아오는 길에 구름이 살짝 하늘을 덮었다. 남쪽 지중해부터 비구름이 몰려온다는 일기예보에 셀축부터 가려던 일정을 갑자기 확 틀었는데, 그 이유가 카파도키아의 열기구를 타기 위해서였다. 열기구하면 터키의 카파도키아가 단연 최고의 명소인데, 여기까지 와서 Balloon Tour를 못하는 것은 너무 억울하다... 구름이 낀 것을 보며 억울해 질까봐 걱정한다.
힐링 산책을 마치고 괴레메 식당가에서 간단하게 요기를 하려고 한다. Nazar Borek이라는 식당이었는데, Borek이 터키음식의 일종이라는 것을 모르고 관계없는 메뉴를 시켜버렸다.
Chicken Chop이던가? 그냥 고기가 먹고싶어서 시켰음.
나쁘진 않았지만 뵤렉을 먹어볼걸 하는 생각이 나중에 들었다.
여독을 풀겸 두어시간 숙소에서 쉬다가, 5시부터 로즈투어에 나섰다. 25리라 코스이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그린투어 + 벌룬투어를 하는 고객에게는 무료로 제공된다고 했다.
넓게 펼쳐진 로즈벨리에 석양이 기우는 것을 보는 멋진 투어이지만, 구름이 점점 많이 몰려오고 있고 해는 어디로 떨어지는지 알 수 없었다.
중세에 지어진 알 수 없는 건축물과 유적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다.
접니다ㅋ
7세기 정도에 지어져서 교회로 활용되었다는 건물
결국 비가 오고 말았다. 세찬 바람과 함께 거세게...
비를 피하며 잠시 기다렸다. 그래도 다행인게 소나기로 지나가는 비였음.
막 던져져있는 유물과 벽화들;;;
여기가 로즈벨리
석양이 장밋빛으로 물들어야 하지만, 날이 흐리다.
구름을 걷어내고 있는 중...
(↑파노라마)
구름을 걷어내는 자세가 효과가 있었나 봄. 해가 조금씩 볕을 뿌려준다. 오... 그리고 오른쪽에 저것은 무지개?!!!
한국에서도 최근 15년동안 본적이 없는 무지개를 여기서 보다니, 불운한 여행인 줄 알았던 괴레메의 시작에 무지개가 뜬다. 액운은 무지개 반사로 모두 날려버림ㅋㅋ
신나서 이런 사진도 찍고ㅋㅋㅋ
가이드가 순간포착의 전문가였다. 카메라 상관없이 다 잡아냄~
해가 나면서 로즈벨리가 본연의 핑크빛을 내긴 하지만, 석양이 직접 닿기에는 시간이 늦어버렸다. 아쉽지만 그래도 무지개와 함께한 로즈벨리를 담았기에 다음을 기약하며...^^
갤노트2로 찍었지만, 예술혼은 듬뿍 담긴 듯
저녁식사는 투어에서 만난 한국분들과 항아리케밥을 먹기로 한다.
저 오른쪽에 연예인들 싸인이 여럿 걸려있다. 김태희도 왔다갔다는데 트루?
터키의 공식맥주 EFES와 함께~
괴레메 중앙광장 분수대가 보이는 S&S restaurant 이다.
항아리 깨객~하는 순간
비프랑 새우케밥, 맛도 괜찮았고 터키식당에서 무한으로 주는 빵을 찍어먹기에도 적당하였다. 비가 온 후라 따끈한 국물음식이 생각나는 타이밍이어서 더 맛있는 경험이었던 것 같다.
다음날 새벽 열기구를 타러 (Balloon Tour) 새벽 4시반에 일어났다. 해돋이를 보는 투어이기 때문에 보통 5시에 픽업을 한다고 함.
간단하게 빵으로 Breakfast를... 저 카드에 써있는 코드가 벌룬의 코드다.
아직 해가뜨기 전
벌룬 이용시 안전수칙
오늘 바람이 많아서 좀 더 기다려 보란다. 곧 해가 뜰 것 같은데;;
다행히도 오늘 벌룬을 띄운단다. 열기구 처음봤는데 불꽃이 맹렬해서 무서움.
올라타다가 머리카락 태울 것 같음. 소리도 후와아아아악~!!!
내가 예약한 가격(110유로)에는 보통 20인승 내외의 벌룬을 타게 되는데, 어쩌다 운이 좋아서 VIP벌룬(12인승)을 같이 타게되었다. 고급이라 그런지 뜨기도 1등으로 뜬다. 다른 벌룬들은 대기중
일출~~*^^*
우리 벌룬은 산을 타고 이리저리 다니는데, 높~게 떠서 산을 넘어가는 벌룬도 있었다. 우리 벌룬 드라이버 냥반 말로는 높이 떴다가 내려오는 건 초보 파일럿이란다.
여기는 '러브벨리'라고 부른다는^^;;;
약 58분의 Flight를 마치고 빈 밭에 내립니다.
벌룬은 요 옆에 쓰러져있고ㅎㅎ 바람빼는데도 한참 걸리던 듯~
전통적으로 열기구 비행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샴페인을 한잔 한다고 하네요. 멋진 광경은 많이 보았지만, 사람들과 대화하고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고 약간은 심심하다는 느낌과 너무 짧은 투어라는 생각도 같이 들었음.
벌룬 딱 내려서 숙소 돌아오니까 비구름이 하늘을 뒤덮음. 나중에 들었는데 저 떠나고 나서 며칠동안 벌룬이 뜨질 못했다함. 로즈벨리의 무지개 반사가 효과가 있었던 듯ㅋㅋㅋㅋ
Balloon Tour는 새벽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끝나고 와서 아침을 먹는다. 여행지에서 시간이 절약되는 것은 참 좋았음. 벌룬을 타고 와서 종일코스인 그린투어, 레드투어를 하는 것이 가능함.
그린투어의 시작, 괴레메 파노라마
어제 저녁 로즈벨리에서 만난 이태리 친구들 Jacopo와 Anna Lisa 부부가 계속 함께했고 사진도 찍어주었음.
데린쿠유 지하도시 입구
그린투어 가이드를 해주었던 HIRO Tour 아저씨
여기는 또 다른 곳, 수도원으로 사용했던 곳이라 함.
스타워즈의 감독이 이곳에서 영화를 찍어보려고 했는데, 당시 터키에 군사적 충돌이 있었어서 불가했다고 한다. 감독은 이 지형을 모티브로 영화의 세계를 만들었다고 하니, 진짜로 외계행성급 도시 괴레메가 아닐 수 없다.
이 벤치에 앉아서 한참을 쉬었는데, 영혼이 자유로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수도원 관광을 마치고 점심을 먹었는데 사진을 하나도 안찍어 놓은게 아쉽다.
말레이시안, 호주사람, 브라질 아줌마들 등등과 이야기 했던게 기억에 남음.
다음은 으흘라라 계곡이다. 진짜 대장관!!! 그리고 진짜 '그린'투어임!!
여기는 또 다른지역 피젼벨리, 사진만 하나찍고 말았다.(넘 피곤)
내 방, 진짜 동굴을 깎아서 만든 Cave room이고, 방이 없어서(?) 싱글룸 가격에 아주 큰 방을 제공해 주었다. 서강대 한국어학당에서 우리말을 배웠다는 메니저 '오탄'에게 다시 한 번 감사^^ㅋ
저녁은 Silk road라는 식당에서 매콤한 Adana kebab으로 먹었다.
로즈투어, 그린투어를 함께하며 정들어버린 이탈리안 친구들과 함께...
나이도 동갑이었다. 고등학교때 듣던 Backstreet boys, Spice girls가 나와서 같이 따라부르고, 이런저런 사는 얘기도 나누고, 밀라노에 놀러오라, 한국에는 오지말라ㅋㅋ 그러면서 너무 즐거웠던 시간이었고 평생 기억에 남을 Unforgettable dinner가 될 것 같다.
괴레메를 떠나는 날 아침,
숙소 테라스에서 벌룬이 뜨는 것을 본 건 처음이었는데 참 아름다웠다.
매일 아침식사를 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던 테라스 식당, 오래된 나무 테이블까지도 그리워 질 것 같아서 사진을 찍었다. 여행을 출발하기 전에 무덤덤했던 마음도 금새 부드럽고 연하게 변해버렸다. 여행이 지닌 마법같은 힘에 강하게 이끌리고 있다.
카파도키아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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