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아름다운 밤을 마음 속에 간직한 아침, 오늘은 푸쉬카르를 떠나 델리로, 그리고 델리에서 인도여행을 마무리 할 준비를 한다. 첫 날 예약했던 기차표를 가지고 있었더라면, 오후 1시 아즈메르발 기차를 타기위해 푸쉬카르와 서둘러 작별했어야 했겠지만, 푸쉬카르에서 바로 Sleeper 버스를 탈 생각이라 day time이 남는다.
옷 가게 미남, 흰 터번을 사고 싶었는 흰색은 상중에 쓰는 거라고 해서 다른 거 샀음.
푸쉬카르에서 델리로 가는 Sleeper버스를 끊는다. 약 10시간의 거리임에도 300루피 밖에 안한다는 것에서 첫 번째 장점, 기차는 아즈메르에 가서 타야하기 때문에 그 곳까지 가는 차비가 별도로 들지만 버스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두 번째 장점, 그리고 연착으로 여행자의 일정을 뒤흔드는 기차와 달리 출발시간을 지킨다는 것이 세 번째 장점임.
내 이름은 내가 직접 써 주었음. 저녁 7시까지 모여 8시에 탑승하고 다음날 아침 6시에 델리에 도착한다고 한다.
표를 샀으니 편한 마음으로 Wandering~ Wandering~~~,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부쩍 친해진 VK골목 젊은이들의 상점에 들렀다. 내가 유일하게 이름을 아는 Raj 만 사진에서 빠졌네ㅋ 암튼 오늘 떠난다고 이야기하고, 그 동안 쌓였던 정에 아침 개시 물건을 하나씩 사주기로 마음먹음.
나의 진심을 알아주었는지 아침 첫 개시에 신성하게 돈을 주고 받는 법을 알려준다. 그리고 "Good price"로 정말로 싸게 물건을 주었다. 사진 왼쪽 친구는 아버지가 영국인이고 보석상을 했는데, 멋진 은세공 반지를 300루피에 주었음. 나중에 지나가던 유러피언 여자가 은귀걸이 값을 물어봤을 때는 7,800루피라고 하더라;;;;
영국인 아들래미는 착해서 농담도 다 받아주고 했는데, 인도에서는 부유한 축에 드는 듯... 인디언이 터치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니는 것을 처음봐서 한 컷 찍어봄. 삼성 갤럭시 계열이었다.
VK앞의 아제이에게는 미술하는 동생에게 줄 이쁜 인도물감을 샀다. 그렇게 가트까지 걷다가 풀을 베어서 파는 할머니들에게 풀도 한 덩어리씩 샀다. 풀을 사서 소님들에게 주는 것인데, 두 분이 너무 치열하게 경합을 하셔서 사이좋게 하나 씩 사드림. (고작 10루피^^;)
생존경쟁 최대의 수혜자
내가 가진 작은 축복들을 골고루 나누어 주고, 짐을 챙겨 체크아웃 함. 저녁까지 시간이 남으니 리틀티벳에서 책을 보며 델리에서의 여정을 짜보기로 했다.
요것은 뗌뚝이라고 하는 티벳음식인데 얼큰한 짬뽕국물 수제비 같았음. 인도에서 국물음식을 찾아보기 영 힘든데, 반가운 음식이었다.
후식으로 조그만 도너츠 세 개와 라씨 한 잔, 라씨는 많이 마셔보니 플레인이 젤 낫네... 도넛을 구워 준 베이커리의 젊은이는 2살된 아들과 와이프하고 네팔에서 왔다고 한다. 여름에는 마날리에 가서 장사를 하고, 푸쉬카르에 다시 온 지는 일주일 정도 되었다고 함. 꼬맹이가 넘 귀여워서 에어목베게를 장난감 선물로 주었다.
리틀티벳에서 오후의 정원을 즐기고나서, 인크레더블 파스타를 선보였던 SAI BABA로 자리를 옮겼다. 10시간 동안 버스를 타려면 잘 먹어두어야 하니깐^^ㅋ Olio류 파스타로 그의 능력을 시험해 보려 했으나, 아직 4년차의 내공은 훌륭한 Olio를 만들기엔 부족했다.
정든 VK골목에 굿바이 인사를 해주고 왔다. 버스 번호와 좌석을 확인하라는 말로 나의 여정을 돕는다. 다음에 올 때는 멋진 위스키를 한 병 사오라고 하는데... 정말로 다음에 또 올 수 있다면 그렇게 할게~^^
버스정류장 바로 맞은 편에도 여행사가 있네;; 같은 버스에 여행사는 왤케 많은겨ㅋ
2층으로 된 Sleeper 버스, 칠레아가씨들이 찍혔네~ 미인이었는데 각자 칸을 쓰는 슬리퍼의 특성상 몇 마디 못 나누었다.ㅠㅠ
키 큰 사람은 머리가 닿을 듯, 넓지 않은 자리
몸을 곧게 누이고 휴식을 취한다. 사막사파리를 위해 가져온 침낭이 여러모로 유용했다.
아즈메르에서 버스를 갈아탔는데, 푸쉬카르에서 아즈메르까지 운전했던 드라이버군! 환승하는 데 화물옮기는 것을 도와달라고 격이 없는 부탁을 하는 friend 였다. 그래서 조금 도와주고는 짜이 한 잔 사달라고 했지ㅋㅋ
아즈메르의 간이휴게소. 짜이를 내가 사달라고 해놓고, 그의 지갑에 꼬깃한 10루피짜리 몇 장 만 있는 것을 보니 마음이 짠하여 내 돈으로 10루피 내었다.
짜이 끓여주는 소녀. 이뻤는데 과자봉지로 자연모자이크 되었네ㅋ
아즈메르-델리행 버스로 바꾸어 탔는데 드라이버가 바뀌었다?!! 더 황당한 것은 출발할 때 짐삭으로 20루피를 주었는데, 지금 다시내라고 하네...ㅎㅎㅎ 짜증나서 그냥 들고들어와서 같이 잤는데, 역시 사설버스 이용에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어려움이 있었다.
짐빼고 누워서 잠이나 잘까 싶었는데, 머리 위로 뭐가 쿵~쿵~한다.
이게 사람만 타는 버스가 아니었구만;; 인도의 사설버스가 불편한 것은 이동수단을 fully utilize 하기 때문인 것 같다.
덜컹되는 버스에서 몇 시간이나 제대로 잠에 들었는지 모르겠다. 중간에 핑크씨티를 본 것 같아서 내 눈을 의심했으나, 자이뿌르를 경유해서 가는 버스였다. 위험해서 한 밤의 도시를 보기는 힘들텐데, 슬리퍼 버스를 타니 새로운 scene을 구경할 수 있는 것 같다.
올드델리 기차역에 선 버스, 매캐한 흙먼지가 날리는 델리로 돌아와 다시 릭샤를 탄다.
인도여행 8일 동안 대충다녀도 똥을 안밟았는데, 델리로 돌아와서 밟았다... 불길해...
아침 일찍 호텔에 가면 방도 정리 안되어 있을 것 같고 해서, 쉼터에 와서 뭔가를 먹었다. 흡입하고 나서 정신을 차렸는데, 라면이었던 것 같다.
첫 날에도 빠하르간지를 몇 번이나 왔다갔다 했는데, 다시 돌아오니 새로워 보인다. 그 때 발견하지 못했던 히말라야 활인매장도 보이고...(내 돈~~ㅠㅠ)
인도방랑기 식당도 보이고, 요 골목으로 들어가면...
오픈한 지 일주일도 안되었다는 G.S guest house가 나타난다. 한국인 여행자분을 만나서 1000루피에 묵으려던 하룻밤을 500루피에 묵어가게 되었다.
정말 일주일도 안된 게 맞다. Extreme 하게 깨끗함.
첫 날 950루피를 주고 잤던 Cottage crown plaze도 좋았지만, 500루피에 이런 시설이라면 마음껏 새집증후군을 즐기고 싶다.
델리에서는 인디아게이트하고, 꾸듭미나르를 보고 싶었다. 인디아게이트로 가는 길, 몰래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왼쪽 사이드미러로 다 보고 계셨나보다ㅋ
인디아 게이트 도착~!!
저 문으로 지나가려고 줄 선 것도 아닌데, 사람이 버글버글 하다.
혼란스러운 와중에 인도아줌마 셋이 와서 왼팔/오른팔에 헤나, 그리고 꼴같지도 않은 열쇠고리를 강매한다. 강한 메시지로 거부하고 헤나는 물티슈로 지워버렸는데, 10루피라고 했던 팔찌는 100루피를 받아 가슴속에 집어넣고는 원래 100루피 짜리라고 한다.
나의 여행에서 이렇게 까지 하고 싶진 않았는데, '콜더 뽈리스'를 외치고 말았다. 마침 질서유지를 위한 경찰이 인디아게이트에 있었기에 이 아줌니를 동행하였더니, 마지못해 50을 내어준다. 경찰과 대면했으면 더 받을 수 있었겠지만, 오죽했으면 이럴까 싶어서 그냥 50루피로 만족했다.
아줌니들과 말다툼하는데 많은 인디언들이 몰려들었다. 덕분에 사진도 많이 찍고 인기스타가 되었지~~ 아줌니와 언쟁에 기분이 나빴지만, 쿨하게 'No problem'이라고 외쳤다.
인도에서 처음으로 발견한 신호등
인디아게이트에서 박물관 방향의 도로는 이렇게 통제되어 있다.
쭉 뻗은 도로의 끝이 안 보임.
인디아게이트는 인디언들의 나들이/소풍지인 듯 하다.
아이스크림 사먹었는데 완전 돌덩이임. 치아 약하신 분들 주의하세요~
인디아게이트 구경을 마치고 꾸듭미나르로 향하려고 했다. 꾸듭 150루피가 가이드 가격이라 좀 더 높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릭샤꾼이 이상하게 한 번에 승낙한다. 하.지.만. 조금가더니 오늘 꾸듭미나르가 문을 닫았다는 전통적인 사기를 치려고 하네... 내가 쇼핑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코넛플레이스의 엠포리움에 데려다 준다는 데, 커미션 먹으려는 속셈뻔하지ㅋ
'역시 델리는 최악이야'라고 생각하지만, 순간 기지를 발휘하여 릭샤꾼을 이용해 저렴한 가격으로 코넛에 갈 작전을 세운다.(꾸듭미나르 구경하기에 시간이 좀 늦기도 했다.) 예상대로 코넛플레이스의 한 상점에 세웠지만, 나는 '어서옵쇼~' 하는 인디언을 무시하고 코넛의 중앙상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릭샤꾼이 따라오면서 뭐라뭐라 하길래, 내가 전화기를 들고 오늘이 꾸듭미나르 쉬는 날이 맞냐고 확인전화하는 연기를 했더니, 바로 릭샤를 몰고 유턴해서 가버렸다.ㅋㅋㅋ
인도 나이키가 좀 저렴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와봤는데, 글로벌 브랜드의 상점을 눈을 씻고봐도 찾기 힘들었다. 대신에 전기로 가는 그린릭샤를 발견하여 한 컷~!!
인도는 참 축제도 많다. Dussehra, Deepawali를 같이 축하한다ㅎ
코넛에서 조금 걸었더니 어둑어둑 해짐. 비상식량 바나나 몇 개 사들고 호텔로 향한다.
인도인들의 사기행각에 지친 하루였다. 아침에 만난 한국의 인연과 저녁을 먹고 기분을 좀 풀어보려고 한다. 역시 믿을 사람은 동포밖에 없다싶음^^
아직 맛보지 못한 인도의 대표음식 '탄두리 치킨'을 주문하여 킹피셔와 함께 치맥을 즐기니, 아침에 똥밟으면서 시작되었던 델리의 불쾌한 기운이 모두 씻어지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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