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8일 목요일

Shanti India (8) 푸쉬카르 - 사막에서의 하룻밤


열흘간의 인도여행기 8편. 푸쉬카르 - 사막에서의 하룻밤


신종 뿌자 강요 수법에 당해서 심신이 지치기도 했었지만, 이른 새벽 푸쉬카르 마을에 비추어지는 일출을 볼 계획이었기에 일찍 잠에 들었다. 축제의 열기로 밤에 폭죽이 빵~빵~ 터지는 것 같았지만, 250루피짜리 방에서 아주 푹~ 잘잤나보다. 9시간 정도 잤다-_-;;;


기상시간 06:11분, 서둘러 호텔을 나가고는 있지만 과연 일출을 볼 수 있을까?



헛둘~, 뛸 준비를 하고~



호수를 보니 아직 해는 안뜬 것 같다.



저 멀리, 목적지인 사비뜨리 사원이다.



한국에는 개밥, 인도에는 개자빠티?



능숙하게 손으로 뜯어먹는다~!!



얼마나 먼지 감이 안오는데, 아까보단 가까워 진 것 같다. 높진 않겠지?



비몽사몽 나오느라 언밸런스 패션, 추워서 잠바는 입었는데 반바지 입었네;;;



훗, 해가 뜨려고 하는 군... 지구 자전속도보다 조금만 빠르면 되는건가?


입구 도착~



이런 계단쯤이야, 패기로 한 달음에 넘어버리겠어~!!



해가 뜨나 안뜨나 계속 뒤돌아 봄.



후우... 후우... 계단이 좀 인텐시브 해진 거 같다?



어느 정도 올라가니 푸쉬카르의 황무지스런 사막이 한 눈에 들어온다.



몇 걸음 가면 도착할 것 같은데, 은근히 멀다. 가이드북에 1시간 걸린다는게 뻥이 아니군..



해가 조금씩 올라오나 보다. 산꼭대기부터 볕이 조금씩 걸린다.



헥~~ 헥~~~~ 계단 어디갔어~~~!!! 계단아 돌아와~~ㅠㅠ



제길 지구가 오늘따라 빨리 도는구만!!



마을에 이따금 내려오는 원숭이들이 원래는 산에 사는 것 같다.



우와~ 푸쉬카르 아름답구나~ㅋㅋ '호수를 낀 작은 마을'이란 말이 실감난다.



아름다워서 찍었는데 화장실임.



올라가는 길에 10개는 본 것 같다. 쿠션가게 바람둥이 Raj 도 사비뜨리 사원에 매일 오른다고 하니... 인디언들의 믿음의 깊이는 헤아리기 쉽지 않다.



옆 길로 발 한번 잘못디뎠다가 가시덤불에 잡혔다. 사막지대의 풀들은 다들 넘 거칠어ㅠ



사비뜨리 사원은 한 번에 오를 수 없다며, 쉬어가라고 조언해 주신 아줌니



약간 늦긴 했지만, 호수마을을 비추는 일출보기에 성공~!! (했다고 우기는 중;;)



이제는 암벽등반인가?



'헬로~헬로~' 하는 걸 보니, 이 친구도 까불이과인 것 같은데...ㅎㅎ



사비뜨리 사원 도착~~



나보다 먼저 온 외국인 관광객들이 잔뜩이다~



푸쉬카르 오는 버스에서 만났던 유러피언 커플이 친절하고 명쾌하게 이야기 해준다.

"You are late."



사원 입구 찍으려니까 까불이 친구가 어디로 피해야 할 지 몰라한다.



사원짓는 데 많은 사람의 donation이 있었던 듯,



계단 하나, 비석 하나, 모두 이름이 새겨져 있다.



벅차게 뛰어올라와 상쾌한 마음으로 바라보았던 감동을 되세기고자^^



저 사진 좀 늘은 거 같지 않음?ㅋㅋ 아님말구..



인도에 와서 똥 한번 안 밟고 잘 다녔는데, 사비뜨리 사원에서 맨발로 똥 밟을 뻔 했다.



수많은 향불과 기원의 흔적...



사원 안쪽을 찍다가 혼났다. 창조의신 브라마(남편)의 의식에 참여하지 않아 망신을 주었다는 부인 사비뜨리 신상이 모셔져 있는데, 여신상이 약간 무섭게 생겼었다.



높은 곳에서 맑은 공기로 한 숨 돌리고, 이제 내려갈 시간이다.



내려갈 때는 사진없이 광속내달림. 왜? 배고프니까~



내려와서 짜이로 속을 달래주기로 한다.



아부지가 다치셨다며 도와달라던 소년, 여행자의 신분으로 현지인의 삶에 개입하지 말자는 신념을 가지고 왔기에 따듯하게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주고, 한 쪽에 앉아있는 그의 아버지에게 목례로 인사를 건네고는 다시 길을 나선다.



낙타사파리를 마치고 오는 듯한 관광객들이 보인다. 나도 오늘 사파리 가지롱~~




OM SHIVA 뷔페에서 아침을 먹고 싶었으나, 영업을 안하는 듯~



VK 루프탑 뷔페를 이용하기로 한다.



아침에는 옵션이 다양하지가 않네~ 걍 요기한다고 생각하고..



여기 식당에서 브라마의 두 부인 신전이 모두 보인다. 이 쪽은 지성의 여신 가야뜨리 사원, 브라마의 둘째 부인이다. 브라마가 의식을 여는 날 부인이 안와서 홧김에 주위에 있는 소녀를 부인으로 삼아서 행사를 치뤘다고 한다. 가야뜨리의 전직은 우유짜는 소녀~!



인도의 뷔페 식당은 많이 먹으면 미안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조금씩 여러 번에 나누어 먹었음. 뭐 부족하다고 가져다 놓으라고도 안했다, 걍 있는 것만 먹었다... 난 착하니깐~



우와~~ 사비뜨리 겁나게 머네~~ 저런데를 다녀왔으니 배가고픈게 당연지사~!!!



VK의 아침은 나 혼자였다. 인도에서는 식당에 손님 3테이블 이상 있는 것도 보기가 힘들었다.



아침먹고 호텔에 복귀하여 낙타사파리 1박코스를 예약했다. 숙소에서 사막여행 준비를 주섬주섬하다가... 사막에 가기 전에 잘 먹어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식당에 왔다. 아침과 점심식사 사이에 사진이 없는데, 그렇다고 아침먹고 바로 점심먹으러 온 건 아니다.



가이드북 소개에 '따봉~'모양 엄지손가락이 올라온 몇 안되는 레스토랑 중 하나였다. 인도의 이 작은 마을에서 파스타를 만든다고? 풋...



SAI BABA 레스토랑, 일단 내부는 깔끔한 듯 한데... 나 밖에 없는 식당이 맛있을까...



주문한 Arrabiata가 나왔다. 겉보기에는 분식집에서 만들어 낸 저렴한 스파게티 국수같은데...



우와~~~~ 이건 내가 잘먹어서 그런것이 아니고 정말로 진짜진짜 맛있다. 아침먹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배고파서 다먹은 것도 아니다. 토마토소스가 묽지도 진하지도 않게 맛을 담았고, 인도 치즈의 신선함이 가미되어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맛있었다. 내가 파스타 꽤 즐겨먹는 편인데, 국내에서 먹어보았던 파스타 중 상위 5% 안에 들었던 것 같다.



이 친구가 만들어 주었던 음식이다. 파스타를 배운 지 4년 정도 되었고, SAI BABA의 사모님이 프랑스인이라서 정통 파스타를 배울 수 있었다고 함. 생각지도 못한 놀라운 맛에 팁도 조금주고, 그 때 느꼈던 맛의 감동을 칭찬으로 풀어주었음.



숙소로 돌아와서 낙타사파리 갈 준비를 한다.



사막의 자외선에 대비해 동생이 챙겨준 썬크림도 바른다. 난 착한 오빠니깐~



나를 스쿠터에 태워서 우당탕탕 데리고 가더니, 바쁘게 낙타에 얹어놓는 바람에 낙타랑 제대로 인사도 못했다~



곱슬머리 귀여운 낙타를 타고 길을 나섬. 낙타타니까 시야가 확 넓어졌음.



마을을 나설 때 까지는 낙타몰이 소년이 손으로 몰아간다.



여기가 장미꽃밭이라고 한다. 저녁에는 공작새를 볼 수 있다던데...



낙타와 소년 한 컷~!! 낙타의 이름을 알고 싶은데... 통성명도 없이 묵묵히 걷는다.



모래로 된 길이 나오니 소년이 내 뒤쪽으로 탄다. 달릴 준비가 되었군~후후



앗~ 공작새 발견!!, 드디어 공작새를 찍었다~!!!! (대박 흔들림;;;)



이 귀여운 낙타는 5살의 어린 암낙타이며, 이름은 크리스티나라고 한다. 어울리지 않는 웨스턴 스타일의 이름이지만 멀리에서 "크리스 티이~ 나" 하고 부르면, 무심한 표정으로 '부우?'하면서 쳐다본다.



지나가다 보니 고대 유적과 같은 큰 우물도 보이고...



사막을 거니는 실루엣을 찍어보고 싶었으나 풀이 많아서 분위기가 안나오네ㅋㅋ



어느 정도 왔나하고 보니, 사비뜨리 사원의 뒷면이 보이고 있다.



나는 어디가 길이고 아닌지를 구분 못하겠는데, 낙낙이 크리스티나는 잘도 알아서 간다. 낙타몰이 소년이 별 말 없으니까 맞게 가는구나... 싶다. 낙타도 똑똑한듯~



사막/황무지 지역의 풀과 나무는 다들 선인장처럼 뾰족한 가시를 가지고 있다.



푸쉬카르는 낙타사파리를 즐길 수 있는 수도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이지만, 사막이라기 보다는 황무지에 가깝다. 진정한 황금빛 사막을 보려면 파키스탄 접경지의 도시까지 들어가야 한다.



금빛 모래바다는 아니지만, 다양한 자연의 모습도 나름 좋았다.



사막에 나 밖에 없는 것처럼 조용하군... 소년이 Shanti 를 즐기라고 말했다. 'Shanti'가 무슨 뜻인지 물어보았더니 조용하고 고요하며 평화로운 것이라고 했다. 나중에 알게되었는데 산스크리트어로 Inner peace를 뜻한다고 한다.



2~3시간 정도 왔으려나? 낙낙이도 쉬게할 겸 Shanti를 즐기기로 한다.



내가 내려오자마자 신나게 모래에 몸을 부비고 버둥~버둥~ 거린다. 낙타는 이런 고운모래를 좋아한다고 하네~



'뭘 봐? 낙타 모래 좋아하는 거 첨 봐?'



수줍은 낙낙이와 기념촬영 한 컷~!!

낙타몰이 소년이 여기서는 맥주를 마실 수 있다고 한다. 종교적 성지 푸쉬카르에서는 육식과 주류가 금지되어 있지만, 낙타몰이꾼들이 이렇게 비공식적으로 맥주를 판매하고 수익을 올리는 것 같다.



소년을 맥주를 가지고 온다며, 어디론가 쌩~하고 달려갔다. 나와 낙낙이 둘 뿐이다.



모래가 정말 곱다. 꼭 쥐려고 해도 금새 스르르 빠져나가 버린다.



낙낙이 관찰중... 발이 말랑말랑한 쿠션같다.



둘리에 나오는 캐릭터의 발모양이 이랬던 것 같은데, 귀여워~ㅎㅎ



5세 여성낙타의 숨막히는 뒷태~~ㅋㅋㅋ



똥을 찾아 사막을 해메는 벌레 한 컷~!!



낙낙이가 풀을 먹고 싶은 듯 두리번 거리기에 신선한 놈으로 수확해서 줬다. 어금니가 튼튼한지 풀을 먹는데 맛있는 쿠키를 먹는 것 같은 소리가 난다.



낙낙이와 Shanti를 즐기고 있는 사이, 인도의 대표맥주 킹피셔가 도착했다.



맥주를 마신 것을 비밀로 해달라는, 보스에게 꼭 비밀로 해달라던 소년~

이 사진을 올릴까 말까 고민했는데, 이 때 마셨던 맥주맛이 잊혀지지 않아서 모자이크 처리와 함께 올린다. 인도에서는 그 느낌을 잊고싶지 않은 순간들이 참 많다.



2시간 정도를 낙타를 타고 들어와 캠프에 도착 (껌껌한 사진인데 보정했음돠~)



별이 확실히 많이 보이긴 했는데, 보름달이 휘영청 밝아서 생각만큼 많이 보이질 않았다ㅠ 사막오는 데 음력/보름달까지 고려해야 하나 싶네...



캠프 근처에 관광객들이 각자의 자리를 잡았고, 낙타몰이꾼들은 모여서 저녁을 준비한다.



자빠티야 맛이 비슷비슷 하겠고,



카레하고 감자도 찐 건가? (감자 기대기대~ㅋㅋㅋ)



기대했는데 맛이 없었다. 제일 크게 실망한 것은 저 감자가 고밀도의 탄수화물 덩어리라는 사실이었다. (차가운 사막바람에 식으니까 돌맹이가 되어 이빨이 안 박힘.)



맛 없어서 반이나 남김.



요렇게 평상을 놓고, 침낭에 들어가서 이불을 덮고 잔다.



(클릭하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인도 여행 내내 나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데 이날 밤도 그랫다. 깊은 밤 눈이부셔 눈을 떠보니, 내 발 끝으로 달이 지고 있었다. 시간은 약 새벽 3시 정도... 태양처럼 느껴지던 보름달이 지고 난 잠시 뒤, 사막의 별밤은 정말로 환상적이었다. 똑딱이 카메라로 최대한 설정잡고 찍었는데, 은하수와 유성이 떨어지는 것들을 하나도 못 담았네... 마치 안경 '안'쓰고 봤던 야경처럼 나옴...ㅠㅠ 안경썼을 때 정말 벅찬 감동을 받았드랬지...ㅠㅠ



환상적인 별밤과 Shanti 를 즐기는 동안 동이 터온다. 소중한 순간은 항상 짧다.



동트는 것 보고 눈 잠깐 감았다가 떴는데 아침이 되었음.



어제 저녁짓던 자리가 요렇게 생겼었구나~



서서자는 낙낙이, 심심했겠다ㅋ



나와 낙타몰이 소년들의 침상



낙낙이와 둘이 커플셀카 한 컷~!!



자고 일어났으니 세수하고~ 샤워도 하고~~ (응?)



저녁/아침식사를 포함한 1박 낙타사파리가 1만 2천원 정도라더니, 넘 싸다 싶었는데 아침을 보고 수긍함.



마을까지는 10km 이상 떨어진 곳인데, 이런 곳에 호텔이 있다. 낙타몰이꾼 말에 의하면 하룻밤 약 7,000루피 이상의 고가 호텔이라고 하는데, 고급스러운지는 모르겠고 물과 식량이 부족한 곳에 위치한 숙소라서 비싼 것 같다.



언제봐도 귀여운 낙낙이의 곱슬머리, 이제 집으로 가쟈~~



돌아가는 길에 보이는 마을은 빈민촌이었다. 초가집을 짓고 살고 아이들은 정말로 '깁미 초코렛'을 외치고 있었다.



이 마을 사람들이 죽으면 여기서 화장을 한다고 한다.



내 마음 속에 잠들어 있던 Shanti (Inner peace)를 깨닫게 된 짧은 밤이었다. 여정이 얼마 남지 않으니, 점차 아쉬움이 커져간다. 인도에서 더 이상 험한 곳에 갈일이 없기에 낙타몰이 소년이 부러워했던 나의 가죽운동화를 선물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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