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라에 호텔을 예약한 것은 아니지만, 대략적인 계획은 있었다. 카페에서 추천되었던 M house (1박 900루피)에서 묶고, 도착한 날 오후에 Agra Fort를 구경하는 것... 하지만 델리에서부터 꼬여버린 나의 시간이 아그라 '인근'기차역에서 절망이 되었다.
잘못된 역에서 내린 것을 깨닫고, 다시 기차 플랫폼으로 들어왔다. 가이드북을 펴고 이곳이 어디인지 릭샤값은 얼마나 나올지, 다시 기차를 타고 정확히 아그라에서 내릴 수 있는지 등을 막막한 마음으로 살펴보았다. 이 때 내려오는 한 줄기 빛같은 손길, 아까 릭샤꾼 사이에 있던 아저씨이다.
이 릭샤꾼은 호텔에 손님을 데려다주고 커미션을 받는 식으로 득을 보는데, 앞길이 막막한 나로서는 인도인들의 적극적인 영업력이 고마웠던 순간이었다. 호텔 커미션으로 수익을 올리니까 릭샤값은 거의 정상가로 받아주었다. 호텔비가 M house보다 100루피 비싼 1000루피였지만 시설은 950루피의 델리보다 훨씬 좋았다.
방안에 있는 에어컨도 상대적으로 신형이었고, 화장실과 방의 조도도 밝아서 한층 기분도 밝아졌다.
호텔 문앞에는 인도에서 보기 힘든 순종 멍뭉이가 멋진 자태로 호텔을 지키고 있다. 내가 묵은 호텔을 Maya호텔, 다음 날 아침에 문을 나설 때 알았는데 M house가 바로 길 건너편에 있었다.(-_-)
좀 더 나은 시설이라 좀 더 편안한 잠을 잤던 것 같다. 여전히 시차로 인해 이른 새벽에 잠을 깨게 되었고 오늘의 계획을 세워본다. 외국인들이 인도에 대해 생각하면 가장 대표적인 것이 타지마할이지만, 이 도시 '아그라'는 타지마할을 제외하면 볼 것이 없는 작은 도시이기 때문에 1박 이상을 머무르지 않는다.
아침을 타지마할 앞에서 먹고 8시 즈음 구경해 볼 생각.
호텔에서 타지마할은 걸어서 채 10분이 안걸리는 거리이지만, 싸이클릭샤를 한 번 타보고 싶었던 데다 할배가 넘 잘생겨서 작은 돈을 주고 타지마할 남문까지 갔다. 친절하게도 남문은 8시부터 열고 서문이 6시부터 연다고 설명해 준다. 나는 아침을 먹을 거라서 괜찮다고 함.
으리으리하고, 깔끔하고, 웅장하고, 외국인들이 많이 찾아서 인터네셔널 스탠다드에 맞는 레스토랑이 즐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충격을 먹기 쉽다. 한국인들이라면 곳곳에 쓰여있는 한글이 신기하면서 반갑게 느껴질 것이다.
타지마할의 정문격인 남문 앞인데, 걍 시골동네다.
South Gate로 향하는 길
여기 한글은 인도인이 배워서 쓴 것 같다. 뭔 말인지 몰겠음ㅋ
인도의 사진관인 듯... 아름다운 인도 여인내들 사진이 섞여있다.
아침일찍 개점한 기념품 가게도 있고,
요것이 South Gate이다. 릭샤아저씨 말대로 아직 닫혀있다.
개구멍은 열린거 같은데, 들어가면 안되나?ㅋ
아침을 먹으러 조니's Place에 왔다.
다양한 한식메뉴와 신라면을 갖추어 놓았음.
하지만 아침에는 안된단다.
요 사람이 조니라고 함. 아침에는 볼 수 없었음.
바나나라씨와 오믈렛으로 간단하게 요기했는데, 플레인이나 스윗라씨가 더 나은 것 같다. 바나나를 섞으니까 라씨의 맛도 죽고, 바나나의 단맛도 애매해 지는 듯...
호텔에서 제공하는 물품은 수건과 두루마리 휴지뿐이다. 비누는 제공하는 경우가 있지만, 샴푸는 따로 사서 써야하므로 구멍가게에서 1회용 샴푸를 사서 쓴다. (1개 2루피 정도 받음.)
밥을 먹었으니깐 West Gate로 향한다.
담장에 이쁜 나무가 있는 푸른집. 푸른색으로 칠해진 집을 보면 조드푸르가 생각난다.
남문에서 서문으로 가는 데도, 이정표가 있거나 잘 닦인 길이 인도해 주거나 하지 않는다.
'헬로~' 하면서 멀리서 뛰어와 포토라인에 선다. 귀여운 꼬마들^^
아직까지 똥을 밟은 적이 없는데, 염소들이 흩뿌려놓은 작은 똥들이 위협적이었다.
이게 West Gate 가는 길 이라구요?? (엉)
무슨 지하감옥 같은데... 같이 걷던 외국인들이 중얼거린다. 'We are lost.'
인도에서는 믿음이 중요하다. 종교의 나라답다ㅎ West Gate로 가는 길 맞음.
문 앞에 이름표를 보고서 안도함.
매표소도 아름답게 생겼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이게 타지마할 이에요?' 할지도...
동쪽에서 해가 떠오르고 있다. 타지마할은 정남향이었나보다.
투어리스트 우대가격 750루피, 현지인에게는 250루피이다;;;;
입장해서 남문을 찍어봤음. 아직도 안 열었네~
타지마할 입구, 요 문을 넘어서면 타지마할이 짠~하고 나타날 거임.
문도 이쁘게 만들었네... 당시에 만든 것일까, 후대에 만든 것일까 궁금.
천장위로 돌 깎아 올린 것이 일품이다.
타지마할 안내도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두둥~' 타지마할이다. 근데 이게 사진인지 그림인지, 내가 이제 실제로 보는구나 생각은 드는데 실감이 안난다.
좀 더 가까이 가서 한 컷~!!
눈 앞까지 오니, 100% 대리석 인류걸작품이 가슴에 벅차게 차오른다.
똑딱이 카메라 최고 줌으로 꼭대기 장식물을 찍어봤음.
타지마할 양쪽에 두 개씩 보이던 탑이 일직선으로 두 개씩 서있는 것이 아니라, 직사각형 귀퉁이에 하나씩 서있고 원근감 때문에 큰 탑 두개 작은 탑 두개로 보였던 것이다.
가까이서 한 컷~!!
타지마할에서 입구쪽을 찍어봄. 여기서부터는 신발을 벗고 올라가야 한다.
돌 조각 기술이 대단하다.
어떤 게 대단하냐면, 여기 돌에 써진 글씨 같은 것들이 모두 돌이다. 즉, 엄청나게 큰 흰 대리석을 음각으로 깎아서 검은돌이 들어갈 자리를 만들어 주고, 검은 대리석을 꼬부랑 글씨로 깎아서 짜맞추어 넣은 것이다.
심지어는 이런 모기장 같은 것도 Uni-body의 대리석을 깎은 것임.
타지마할 좌우로도 무굴양식의 건물이 하나 씩 있다.
물결무늬로 조각된 대리석
작은 탑으로 보였던 후방부 탑이다.
타지마할 뒤 쪽으로 작은 강이 보인다.
내 기준으로 작은 강이라고 했는데, 큰 강일지도...
나를 신기해하는 현지인들이 내 사진을 꽤 많이 찍어갔다.
당시에 봤을 때 맘이 편해지는 강이어서 몇 컷 찍었다.
동쪽으로 보이는 붉은 건물
내가 느낀 걸 멋지게 찍어볼라고 했는데, 잘 안나오는 듯~
이제 내려가서 다시 신발을 신을 때가 되었군.
인도의 동물들은 소, 개, 말, 염소, 낙타, 당나귀, 새, 다람쥐 등등을 통틀어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 같다. 인도인들이 동물들과 삶을 공유한다는 느낌이 들었음.
무슨일인지 관광객 중에서 동양인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국인은 더더욱...
새 한 컷
멍뭉이 한 컷
나올 때는 South Gate로 나왔다. 기념품 가게에서 쪼끄만 놈이 'My friend~ my friend~' 그러면서 보고만 가라길래 들러보았다. 계속 바가지 씌우고 속일려는 느낌이 너무나서 엽서하나랑 대리석함 작은 것 하나만 사서 나왔다. 앞으로 초입에 있거나 사람 많이 다니는 곳의 상점은 안가려고 함.
타지마할에서 아그라 포트까지 싸이클 릭샤를 탔다. 의리의 올백머리 할배가 다 보고 나올 때까지 기다려 줄테니, 돈은 호텔가서 내라고 한다.(뭘 믿구ㅋ) 할배입장에서는 가는 손님까지 확보한거니 손해볼 것 없는 가 보다.
아그라 포트가 웅장하다. 압도적인 규모는 타지마할과 다른 감동을 준다.
아그라 포트 들어가는 길. 당일 타지마할 표가 있으면 50루피 할인해 준다.
들어가니 보수작업자들이 붉은 돌들을 만지고 있었다.
정원과 어우러진 으리으리한 성곽
정말로 웅장하다.
올라가는 길, 아침이라 한산하네~
입구에 입구에 입구를 거쳐, 아그라 포트에 대한 설명이 있는 입구에 도달
요것은 아그라 포트입니다.. 솰라솰라...
아침의 성곽이 매우 산뜻한 느낌이다.
매우 값진 산책을 하는 느낌이랄까?
다람쥐가 자연보호 피켓을 잡고있다.
오잉? 여기에 타지마할이 또 있네? 했는데, 저 쪽 문은 잠겨있었다. 왕의 후손들이 실거주 중인 곳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함.
디와니암. 대강당 같은 곳으로 쓰였던 듯
뭐가 소중하게 보관되어 있는데 설명이 없다. 책 펼쳐보면서 걷기는 싫고..
디와니암의 아름다움.
다른 문이 없나? 이게 끝???
아니었다. 가다보니 열린 문이 있어서 들어가 봄.
아~니~~ 이런 비밀의 화원같은 곳이 다 있다니ㅠㅠ
여기는 궁전으로 쓰던 장소인 것 같다.
전반적으로 매우 아름답다.
지금은 물이 흐르지 않지만, 궁전 안에는 분수라던가 물을 흘려서 방을 시원하게 하는 시설들이 많이 있다..
여기도 돌아다니려니 꽤 넓네
중간에 할무니가 신발지켜주시고 팁 받는 곳이 있음.
들어가니 별 것은 없다.
물도 안 흐르고, 킁...
아그라포트에서 보는 타지마할이 또 다른느낌이라던데, 안개가 넘 심해서 잘 보이지는 않는다.
아그라포트의 장식이 되어주시는 간지 할배
나가는 길에는 소풍을 온 것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가득이다. 천진난만하게 헬로~를 외쳐준다.
척추를 교정하고 계시는 멍뭉족... 누가 밟으면 어쩌려고ㅋㅋㅋ
의리의 릭샤할배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아그라 포트를 나오는 데 릭샤꾼 5~6명이 붙었던 것 같은데, 나는 'I have my friend.'라며 길을 헤쳐나왔다. 나의 영어가 힝글리쉬가 되어가는 순간이었다.
등뼈가 앙상하게 튀어나온 할배가 묵직한 나를 끌고 오르막을 힘겹게 올라가길래, 내가 릭샤를 세우고 뒤에 타라고 했다. 그리고 FULL POWER로 호텔 근처까지 달렸다. 할배도 해피, 나도 해피~, 지나가던 동료 릭샤꾼들이 누구냐고 묻는 듯ㅋㅋㅋ 모르긴 몰라도 Korean에 대한 명성치 +1은 되지 않았을 까 싶다.
FULL POWER 싸이클 릭샤에 연신 'Slow~ Slow~'를 외치던 할배, 릭샤값 드리고 나의 비상식량 중 하나인 칼로리 바란스도 드렸다. 나를 좋은 손님이라고 생각했는지 다음 여정도 궁금해 한다. 체크아웃 때 버스정류장 까지 갈 예정이니, 12시에 호텔앞에서 보자고 했다.
호텔에 돌아오니 데스크에서 체크아웃 시간이 지났단다. 10시에 해야한단다(읭?) 암튼 extra charge는 없지만 11시까지는 방을 빼달라고 해서, 아차 큰일났다 싶었다. '이러다가 밥먹을 시간도 없겠어~!!'
서둘러 방을 빼고 1층 레스토랑에 왔다. 가격이 좀 쎄다. 그리고 가이드북에 정보가 나온 곳이 아니라는 불확실성이 조금 있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치킨볶음밥을 시켰는데, 2인분은 나온 것 같았고 치킨이 반 마리는 들어있었던 듯...
훗.. 아직까지는 맛있군, 그래도 안심할 순 없지... 여긴 인도니까~
식후 레스토랑에서 기다리면서 한 컷~, 의리의 할배는 시간보다 약간 일찍와 주었다. 버스정류장까지 가는 길에 여기저기 쇼핑을 하자고 권하는 데 (그게 다 커미션임) 계속 거절하다가 할배 친구가 하는 20년 넘은 작은 가게가 있다고 해서 마지못해 한 번 들려주었음. 그냥 보기만 한다고 신신당부를 해 놓았는데, 검은 보석 안에서 별이 빛나는 Star stone을 보고는 반지 하나 질러버렸다.
이드가 공영버스스탠드, 매표소에서 안내원이 "자이뿌르 x 5"를 매우 빠른 속도로 외치고 있었다. (뇌리에 남았었는데, 라자스탄의 다른 도시에서도 그렇게 안내하더라.)
앵간하면 정부에서 운영하는 공영버스를 타고 싶었으나, 자이뿌르 행 버스는 에어컨 달린 버스가 없었다. 장장 7시간에 가까운 거리를 육수를 흘리며 갈 수는 없다고 생각해서, 가까운 사설버스를 타러 옴. (구멍가게 옆에 눈에 잘안띄는 매표소가 있다.)
Hotel Sakura 앞에서 표를 끊고 Volvo버스 혹은 Deluxe Bus를 탈 수 있으며, 작은 공간이지만 대기실도 갖춰놓았다.
Volvo버스 왔음. 자이뿌르에 도착하면 저녁 때가 되어있겠지만 Sunder palace에 예약을 해두었기 때문에 마음이 든든했다.
뜻하지 않게 아그라에서 구입하게 된 두 개의 아이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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