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hi is worst." 델리를 떠나 다른 도시를 여행하면서, 인도가 어떤거 같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항상 델리는 최악이라고 말해주었다. 인도 도착 첫 날에 여행자들은 델리를 탈출하듯이 빠져나간다. 델리는 가까우면서도 먼 도시인 것 같다.
나 역시 오전에 필요한 일만 처리하고, 타지마할의 도시 아그라로 떠나려 했다. 여행자 티가 안나게끔 현지인 옷을 사입고, 인도 내 데이터통신을 위해 SIM카드 발급, 그리고 기차 티켓을 사는 간단한 계획이었다. 하지만 요 게으른 인도사람들, 8시에 나왔더니 열려있는 상점이 거의 없다. 아침을 먹으려 해도 인도식당들은 대략 10시 이후에 여는 듯 하고, 어쩔 수 없이 한국식당을 찾았다.
한국식당 '쉼터', 여기서 SIM카드 개통도 할 수 있고 김치찌개, 삼겹살 같은 한국음식도 먹을 수 있다. 벽에 붙은 한글이 반갑네^^
그 이름 '쉼터'답게 벽장에 한국 만화책과 소설들이 진열되어 있고, 왠지 저녁에 술판벌이기 좋은 분위기 인듯...
하지만 여기도 9시부터 밥을 준다고 한다. 8시 좀 넘어서 갔더니 현지인 매니저가 따듯한 짜이를 한잔 내어준다. 맥그로드 간지를 여행하고 오신 한국 여행자 분도 한 분 계셨음.
인도 지역도가 벽화처럼 그려져 있어, 첫 날 델리에서 모여든 여행자들이 서로의 루트를 공유하며 이야기 꽃을 피운다.
광활한 땅, 복잡한 열차노선, 인도에서 열차를 예매하려면 열차정보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한국의 열차시간표는 얇은 손수첩 크기 하나로 커버되지만, 인도의 열차시간표는 전화번호부와 같다. 이를 찾아보기 빡세서 스마트폰 어플을 이용함. (어플조차도 사용이 간단하진 않다ㅠ)
'쉼터'는 빠하르간지에서 가장 저렴하고 동시에 가장 열악하다는 Hotel Navrang 건물 옥상에 위치해 있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환경을 즐기는 히피족들이 있다는 것~!!!
아침을 먹는데 세 시간이 걸렸다. 아홉시가 되자 매니저가 쌀을 씻기 시작했고, 주문했던 오뎅탕은 11시가 다 되어 나왔다. 한국식당이 이 정도라면 인도식당은 어느 정도인걸까, 과연 나는 삼시 세끼를 먹고 다닐 수 있는 것인가, 등등 여러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방면에서 인도스타일을 깨우쳐 나가고 있었다.
게다가 SIM카드 개통도 실패 (HTC는 개통에 하루가 걸린다 해서 안함), 거리에 나가니 차들이 빵빵거리고 여러모로 계획이 틀어진 듯 하여 정신이 없다. 그래도 한 가지 계획대로 된 것이 옷구입이었다.
Main Bazzar를 지나가니 나를 향해서 다양한 소리가 들린다. '헤이 제뻰~', '곤니찌와~', '어이 친구(?)' 등등ㅋㅋㅋ 그러다가 '안냐세여' 하는 젊은 인도인한테 잡혔는데, 딱 내가 사려는 인도의 고전복장들을 팔고있다. '후훗, 나의 협상력을 시험해 볼 첫 대상이군' 몇 가지 옷들을 늘어놓았는데 나는 시큰둥한 연기로 일관했다. 마치 '관심없는데 니가 끌고와서 한 번 보는거다' 하는 표정으로 말이지ㅋㅋ
몇 개 둘러보다가 Anchor point를 박았다. '요거 두 개 해서 100루피 정도 되냐?' 그랬더니 그 친구 흠칫 황당한 표정을 짓더니, '이렇게 좋은 게 그럴리가 있냐'면서 700루피인데 650으로 깎아준단다. 그말 듣고 바로 나왔다.(나가는 모션 취함) 그랬더니 바로 붙잡으면서 500까지 준단다. 하지만 '나는 한국에서 가져온 옷들이 있어, 이것들은 내가 필요하지 않은데 니가 끌고와서 보는거야'라며 강하게 나가는 모션을 다시 취함. 그러니까 얼마를 원하냐고 물어보더라, 그래도 한 스텝 더 낮추고 네고하려고 말 안했다. 넘 비싸다고만 반복~반복~, 아후... 글로 쓰기도 지치네. 암튼 인도의 네고과정은 쉽지가 않다. 결국에는 내가 원하는 상하의 세트를 250루피에 샀다.
인도 여행자 풀세트를 갖추어입고 호텔 체크아웃하기 전에 한 컷~!!!
넉넉한 긴팔 삼베옷, 통이 큰 알라딘 바지, 그리고 아라비아 스타일 조리는 더운 인도에서의 여행을 너무너무 편하게 해 주었다.
아침이 넘 늦게 나온탓에 점심은 스킵하고 바로 기차역으로 출발했다. 뉴델리 기차역은 테러를 예방하기 위함인지, 사진촬영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었다. 요거는 외국인 전용 기차예매 창구인데 밖에서 몰래 찍었음.
나름 투어리스트 대우해 준다고 하는 것인데, 12시 좀 넘어 도착해서 표 끊기까지 3시간 가까이 걸렸다. 줄이 넘 길어서 외국인들하고 잡담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본인의 이름을 '온두롸'(Andrea)라고 읽는 유럽인과 일행들에게 간식으로 가져온 소세지를 나누어 주고 좀 친해졌다. 치즈가 박힌 소세지가 맛있다고, 뭐라고 부르냐고 자꾸물어본다. 걍 소세지종류라고 했는데도 계속 물어봐서 'The Very Strong Man'이라고 했다.(천하장사ㅋ)
다행히 기차표는 끊게 되었는데, 저녁 6시40분 차여서 예정에 없이 델리에서 저녁을 먹게 되었다.
인도식 정식 '탈리'를 먹어보고자 Tadka라는 식당에 왔다. 전반적으로 음식이 매우 깔끔하고 푸짐하게 나왔다.
훗, 아직까지는 맛있군... 하지만 방심할 수 없지, 여기는 인도니깐...
시간이 꽤나 남아서 이것저것 뒤적이다가, 어제 공항에서 뽑은 씨티은행 ATM 명세서를 살펴보았다. 계산기 두드리면서 환율이 어느정도 쳐주나 했더니, 굉장히 좋은 편이었다. 아니 인도에서 그 시점에 그 환율로 달러-루피 바꿔주는 환전소가 없는 정도였다.
내 짧은 휴가를 달러환전에 뺏길 수 없다는 생각에 씨티은행 ATM을 찾아가기로 했다. ATM 있는 도시가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이다. 빠하르간지에서 가장 가까운 ATM은 코넛플레이스에 있었고, 오토릭샤를 타고 갔다. 처음 탄 오토릭샤라서 한 컷 찍었는데, 흔들림이 넘 많아서 잘 안나왔음.
오랜시간 멍때리며 기다리다가 기차에 올라탐. 인도의 기차는 연착이 잦고, 플래폼 내에 전광판 시설이 잘 안되어 있어서 열차가 도착하면 열차입구에 붙어있는 A4용지를 보고 내가 타려는 기차인지 확인해야 한다. 다행히 내 열차는 정시에 도착하였고, Three tier A/C sleeper에 탑승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3층짜리 침대열차 첨 타봐서 한 컷~!!!
맨 아랫층 좌석배정 받으면, 다른 사람들 의자로 내어줘야해서 불편한데 나는 맨 윗칸에 당첨되었다. 열악한 소음과 흙먼지에서 벗어나니, 작은 것도 편안하고 행복하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몇 정거장을 지나간 뒤에 나, 그리고 나와 같은 처지의 외국인들은 정차역에서 아무런 방송도 나오지 않음을 깨닫게 되었다. 정차역마다 인도인들에게 묻고 물은 끝에, 아그라에 부모님이 산다는 주민의 도움으로 아그라 1정거장 전에 내릴 수 있었다.(-_-)
잘못된 역에 하차했다는 것은 릭샤꾼들과 가격 협상중에 알게 되었다. 패닉에 빠지는 것도 문제지만, 나에 대한 소문이 릭샤꾼 사이에 퍼져 나는 이미 협상력을 잃었고, 11시가 다 된 밤중이라 바가지를 씌워도 손 쓸 방법이 없다는 것이 더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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