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마지막 날, 어제 릭샤꾼 사기에 당해서 근처에 가보지도 못했던 꾸듭미나르를 보러 감. 릭샤를 타면 또 어떤 사기를 당할 지 모르니, 차라리 지하철을 타고 가기로 한다. 빠하르간지에서 뉴델리기차역 육교를 건너 나오면, 특별한 표시가 없는 지하철 역을 '어렵게' 찾을 수 있다. 사진 왼쪽에 멀리 보이는 것이 기차역 뒤편 육교임.
메트로 입장권을 샀는데 부루마블 동전같은 것을 준다. 지폐도 모두 같은 얼굴의 간디디자인이라 부루마블 같은데, 컨셉이 확실하구나~ 싶음.
어제 연거푸 사기와 모략(?)에 당한 후 사설관광안내소에서 받은 지도.
사설안내소여서 아무 댓가없이 지도를 줄리가 없는데, 내가 겪었던 해프닝과 델리에 대한 나의 나쁜인식들이 어떻게 생겨나고 있는지 이야기 해주었더니 무진장 친절하게 대해주면서 한 장 주었다. 사기치는 사람 따로있고, 착한사람 따로있고 그런 것 같다.
지하철 내의 무수한 시선들을 즐기며 약 20분 정도 오니까 꾸듭미나르역이다. 다행히 뉴델리역이 환승역이 아니어서 헤매지 않고 쉽게 찾아왔던 것 같다. 꾸듭미나르역 출구쪽 개찰구로 나오니 요렇게 인근지역 안내도가 있는데, 그렇다고 이 방향으로 가면 반대방향이다...ㅠ
반대방향으로 걸어가다가 결국은 50루피주고 릭샤타고 도착~!!
아침에는 공공기관이라고 해도 잔돈이 없다. 입장료는 250루피이고, 디카는 괜찮은데 캠코더 촬영하려면 extra charge가 있는 듯...
입장하니 큰 나무와 고요한 아침의 정원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뉴델리의 최고의 볼거리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지만, 그리 넓지는 않다
오오... 저 멀리 웅장한 기세의 꾸듭미나르가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꾸듭미나르는 12세기에 델리를 정복한 이슬람 왕조에 의해 지어진 일종의 승전탑이다. 현재는 다양한 종교를 인정하고 어울려 살아가는 인도이지만, 이슬람과 힌두교의 첫 만남은 그렇게 반갑지 않았나보다.
이 쪽에는 인도 최초의 이슬람 모스크가 유적으로 남아있다.
가까이에서 본 승전탑의 위엄
탑 둘레로 코란의 한 구절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전반적으로 파괴된 힌두교 사원들의 황량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인도 최초의 이슬람 사원에 들어왔다.
꾸듭미나르 뒷 쪽에서 한 컷~!! 이렇게 찍으니 해가 뜨는건지 지는건지 모르겠음ㅋ
요것은 오파츠(OOPATTS : Out of Place Artifacts)로 분류되는 철기둥인데, 4세기 경에 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철 함량이 99.99%, 그리고 1,500년간 노천에서 비바람을 견뎠음에도 녹이슬어 훼손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놀라운 거라고 한다. 그 당시의 기술로 해명이 불가능하다고 해서 오파츠로 분류된다고 함.
자세히 보니 녹이 슬긴 했는데? 산화철 피막이 덮여서 멀쩡해 보이는 거 아닌가?ㅋ
좀 더 돌아보니 파괴된 힌두교 사원의 황량함이 정원으로 묘사되어 있다.
누워서 자라는 나무는 어떻게 관리한 것인지 궁금~
마지막으로 부서진 힌두교 사원의 조각을 모아 건축하려고 했던 더 큰 탑이다.
알리미나르, 완성되었더라면 꾸듭미나르 보다 훨씬 높은 탑이 되었을 것이지만, 이의 건설을 계획했던 왕이 암살되어 중도에 멈추어졌다고 한다.
슬픈 종교의 역사가 아닐 수 없다.
첫 날 델리에서 샀던 가짜가죽 슬리퍼가 인도에서의 여정을 새긴 것 같아 아련한 마음이 든다. 진심을 담아서 즐겼던 여행이었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 운이 좋았던 여행이었던 듯 하다.
호텔 체크아웃하고, 전에 먹었던 인도음식 정식인 Tadka에서 새로운 메뉴를 먹어보려고 했으나 12시 '30분'이 넘어야 점심메뉴를 주문할 수 있다고 해서 그냥 인도방랑기에 왔다. 왠간하면 인도에서는 한국음식 안먹으려고 했는데...
내가 싫어해서 안먹으려고 한 것은 아니고ㅋㅋㅋ
가져왔던 모~든 짐을 싸서 인도를 떠난다. 향기가 여행의 아련한 추억을 떠올려 줄 까 싶어서, 향신료 마샬라와 조리용으로 판매하는 Yellow curry, Tanduri masala를 몇 봉지 샀다.
공항버스 타는 곳을 사람들이 잘 몰라서 좀 해멨다. (와중에는 공항철도 타라는 사람도 있었다. 공사중인데;;) 뉴델리기차역 뒷 편으로 넘어와서 지금 보이는 위치에서 공항가는 버스를 타면 된다. EXP라고 써있는 버스 중에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타야함.
버스는 자리도 널럴하고, 에어컨도 빵빵하고~ 대신에 로컬버스보다 좀 비싸다. 50루피에 25루피의 에어컨 이용료를 따로 받음.
인도에 도착했던 날에는 혼란과 우려만이 가득찼던 공항인데, 열흘간 현지를 돌아다니다가 다시 돌아오니 이렇게 좋은 시설이 없다. 첫 날에 공항으로 다시 안들여보내줘서 맘이 상했었는데, 지금은 게이트를 지키는 군인들 덕분에 공항물이 유지가 되는구나~ 싶다.
새로 지은 공항이라더니, 딱히 흠잡을 데가 없군.
코끼리도 그럴 듯 하고ㅎㅎ
델리공항 면세점에서는 달러만 받는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탑승수속 밟기 전 구역에는 루피를 쓸 수 있었다.
도너츠와 카푸치노가 90루피? 2천원도 안하네~~
마치 자판기라는 것을 처음 본 사람처럼 신기했다. 10루피를 넣으면 500ml 생수가 나온다~!!!
저녁은 치킨 비리야니 볶음밥 셋트~ 콜라도 주고, 발효유인 Dahi도 주고~
아까 봐두었던 커피&도넛 세트도 디저트로 드셔주시고~
나를 집에 초대해 주었던 Kishan과 통화를 시도하기로 했다. 푸쉬카르에서 몇 번 시도했는데, 없는 번호라는 메시지가 나를 당혹케 했다. Pay phone이라서 airtel의 스태프가 도와준 덕분에 Kamalish 전화로 힘겹게 연결에 성공했다.
정말 맞는 번호일까? "까멜리쉬?" (yes) "자르톨리야?" (yes) "디스 이즈 오~" 했더니 Kamalish가 폭발하는 음성으로 Kishan과 어머님 아버님을 부른다, 집이 떠나가도록 큰 목소리로 부른다. Kishan에게 연락하려고 몇 차례 노력했는데 닿지 않았다고 했더니, 번호는 맞는데 자기가 학교에서 잠깐 휴가나온 것이라, (인도는 주를 이동할 때도 로밍이다.) 연결이 안되었다고 한다. 세상에 그렇게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말을 서로 주고 받으며 오랜 시간 통화했던 것은 처음인 것 같다.
면세점 안에 들어왔는데 별로 살만한 것이 없다. 명품하고 술/담배만 겨우 입점한 듯...
공항에 기도방(Prayer Room)이 있어서 한 컷~!!
비행기 안에서 아침을 맞는다. 이제는 서울에 가까워 지고 있다.
출발할 때만 해도 여름이었던 것 같은데, 집으로 가는 길에 단풍이 들었다. 지금까지 살아왔던 어떤 시간보다 내 인생을 크게 바꿔놓은 열흘이었던 것 같고, 설사 한 번 없이 무탈하게 그리고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다. 필미르 렝게~~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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