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라는 나라에 대해 들은 것이 많아 이것저것 많이 준비하였다. 침낭, 나침반, 맥가이버칼 등은 물론이고, 어디서든 물만 부으면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비빔밥, 볶음고추장, 5cc의 물만 있으면 어디서든 물수건을 만들 수 있는 코인티슈, 건전지 하나로 30시간 동안 고휘도의 빛을 낼 수 있는 플래시 등등... 이건 여행을 가는 것인지 지구탐험을 하러가는 것인지 모르겠다. 어릴 적에 꿈꿔왔던 어드벤처를 직접하는 느낌이 나서 뭔가 '재밌는 각오'가 생겼다.
짐 다 챙겨놓고 출발하기 전에 한 컷, 누군가가 내셔널지오그래피 기자같다고 함ㅋㅋ 동네에서는 물론이고 공항에서도 이런 차림의 여행자를 발견할 수는 없었다. 대학생 배낭여행의 성수기는 방학기간인데, 나는 그 비수기를 맞춰 온 것이니 그럴 수 밖에 없을지도...
인천국제공항의 호화로운 면세점 시설과 나의 옷차림이 썩 어울리지 않는다. 별로 쇼핑하고 싶은 생각도 안들고... 그냥 비행기를 타면 인도를 조금씩 느껴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 일찌감치 탑승게이트에 와서 앉았다. 에어인디아 항공편이 보인다. 더 저가인 항공사들도 있었지만, 나의 짧은 인도여행을 그나마 더 연장시켜줄 수 있는 에어인디아를 선택했다.
탑승이 시작되자 사람들이 몰려드는데, 일단은 인도사람들이 제일 많다. 그리고 한국사람들도 꽤 보였는데, 나같은 배낭여행자는 없는 것 같고 삭발을 한 스님과 비구니들 그리고 보살님들이 왁자지껄 성지순례길에 나선 듯 하다. 보살님 한 분이 나에게 자리를 바꾸어 달라고 하셔서 바꿨는데, 왼쪽에 아리따운 한국여성분/오른쪽에 나이지긋한 인도아저씨가 앉았다.
오른쪽에 인도아저씨는 check-in 할 때 나에게 볼펜빌렸던 아저씨인데, 강한 인도억양(예를들면 k를 '께'라고 함.)으로 친근하게 말걸어 오신다. 인도내 Automation 회사 CEO라면서 명함을 주는데, 킨텍스 전시회 다녀왔단다. 울 회사도 부스차렸을 텐데^^ㅋ 글고 호텔도 마포에서 묵었단다. 왼쪽에 아리따운 여성분은 인도 유경험자로서 나에게 많은 조언을 해주었다. 여자사람임에도 나에게 먼저 말을 걸어주고 하는 것을 보고, '아~ 이것이 인디언스타일이구나' 싶다. 그 분은 1년동안 인도에 살러 가신다고 함.
수다를 떠는 동안 기내식이 나왔다. 오오~~ 나의 첫 번째 인도식사 Non-veg 인도카레다ㅋㅋ 어떤 맛일까 걱정반 설렘반...
근데 완전맛있음ㅋㅋ 넘 기대를 안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오뚜기 카레보다 더 맛있던 것 같다. 저 위에 하얀거는 뭔지 몰라서 인도아저씨한테 물어봤는데, 뭐라고 설명을 잘 못한다. 약간은 퓨전요리라고 하는 것 같은데 밥알이 들어간 달콤한 Curd 같은 느낌이었다.
델리까지 가는 길에 사진을 많이 못찍은게 아쉽다.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넘 긴장해서인지 사진이 몇 장 없음. 델리공항에 도착해서 씨티은행 ATM을 이용해 5천루피 인출했다.(요때 명세서 확인을 안했는데, 원-달러-루피의 2단계 환전보다 환율이 더 유리하니 많이 뽑을 껄 싶었네요.)
그리고 공항문을 나와서 픽업신청한 여행사 피켓을 찾아보는데, 아무리 봐도 내이름이 없다. (두둥~~) 게다가 델리공항은 게이트마다 두명의 무장군인이 지키고 있고, 내가 보딩패스를 내밀면서 방금 나왔다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다시 들어갈 수 없단다.(공항 나올 땐 신중히ㅠㅠ) 뭐, 루피는 있겠다. 좀 바가지 쓰면 숙소까지는 갈 수 있겠지만, 공짜픽업인데 첫 날부터 무너질 수는 없었다. 다행히 현지여행사 번호를 가지고 있어서 전화를 했더니, 공항안에 패키지 일행이 있으니 그들 나올 때 같이 뭍어서 오라고 함. 약 20~30분 기다렸을 텐데, 체감시간은 2~3시간처럼 느껴졌다. 여기가 인도구나... 누군가가 'This is India~'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픽업택시를 타고 여행자들의 거리인 빠하르간지로 향했다. 시간은 저녁 10시가 넘은 시간.. 부족한 전력에 빛이 많지않은 인도의 도로에서 프리스타일의 인디안 드라이빙이 나를 또 놀라게 한다. 중앙선이 어딘지 모르게 이리저리 소 피하고, 사람피하고 하다보면 반대편에서 차가 달려온다. 보통 드라마에서 주인공 죽을 때 나오는 교통사고장면 상상하시면 되겠다. 그런 장면이 10번은 넘게 나온 듯하다. 그 와중에서도 나는 운전수 아저씨가 운전 되게 잘한다고 생각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숙소. 첫 날 숙소를 예약하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픽업서비스에 실패했더라면 나는 어떤 인도사기꾼에게 큰 성공을 안겨주었거나 아니면 공항입구 군인들과 밤을 지새웠을 지도 모른다.
950루피짜리 가이드에서 추천으로 나온 숙소에 묵었는데, 1000루피를 내니까 쥔장아저씨가 거스름돈 없다구 낼 아침에 준단다. 난 꽤나 침착스런 성격이지만, 이렇게 사기를 당하는건가 걱정이 슬슬된다. 일단 방에 들어왔는데 시설은 그냥저냥이지만, 냉장고에 생수라던가 욕실에 샴푸라던가 비누라던가 하는 일체의 서비스가 없다. 당황감이 고조되어 잠이 안온다. 속에는 50루피가 목에걸려 켁켁.. 답답하다.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묘수발견!!!
1층에 내려가 벨보이아저씨(?)에게 나 50 받을 거 있지않냐, 그거로 미네랄 워터 한통 사다주고 나머지 팁으로 가지시라.ㅋㅋㅋ 그랬더니 아저씨가 열심히 뛰어가서 물을 사다가 내 방에 배달해준다ㅋㅋ 그리고 나니 맘이 매우 편안해져서 사운드 슬립을 할 수 있었다. (담날 주인아저씨가 다시 물어보길래, 벨보이아저씨 팁준거라고 1000루피 클리어라고 확인해줬다.)
인도는 우리나라보다 세시간 반 늦은 나라라, 시차때문에 일찍 일어나곤 했다. 아침에 호텔옥상에 올라 빠하르간지 거리를 내려다보니 황량하기 그지없지만, 어제 밤보다는 조금 더 나은 아침이었고 Incredible India에 대한 기대가 조금씩 커져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