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라는 말... 이전에 알고 있던 말이 다른 개념으로 머리에 자리를 잡을 때가 있다. 중학교때 처음 접하여 개구리-뱀-독수리가 살 것 같은 단어(생태계)를 새로운 개념으로 머리에 넣기 시작한 것은 웹 프로그래밍을 하면서 부터이다.
사용자가 1인인 로컬 어플리케이션과는 달리 웹 어플리케이션에는 다중의 사용자가 있고, 일반적으로 그 사용자들의 상호작용이 적절하게 일어나야 좋은 어플리케이션이 된다.
만약 그렇다면 이를 생태계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웹 생태계를 생각해 보다가 연상이 경제 생태계로 이어졌다. 웹으로 사업해서 성공하는 경우들을 살펴보면 돈이 돌고도는 사슬을 잘 갖춘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면 경제 생태계라는 말이 있을까? 그렇게 찾아보다가 누군가가 나보다 먼저 경제생태계를 고민했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굉장히 독특한 계기였던 것 같다.
책의 초반부는 매우 긍정적인 내용이 많다. 모든 아기들은 빵을 한 덩이씩 가지고 태어난다는 말, 곧 사람이 경제의 원동력이고 경제라는 생태계는 자연과 같아서, 말 그대로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이며, 지켜져야 한다는 말 등이 와닿았다.
하지만 중요한 메시지는 초반부에서 다 끝났던 것 같다. 중간부터 약간의 소설식으로 어떻게 개인의 행동이 사회와 조직에 영향을 미치고 경제로 구성이 되는지 소설로 보여주는데, 일단 별로 정서적인 공감을 얻기 힘들어 보였고, 재미없으며, 불필요해 보였다...;;;
결정적으로 후반부에 가서는 나를 화나게 만들었다. 저자가 주장하는 경제생태계는 빈부격차가 자연스럽고, 정보가 많은 부유층이 돈을 잘 버는 것, 심지어 상속을 받고 잘 사는 것이 자연이었다. 그리고 불평등은 당연한 것이며, 정부라는 주체는 현 상태의 재산권을 지키는 것에 몰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심지어는 부의 재분배는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세상에 살다살다 뒤로 갈수록 화나는 내용의 책은 처음이다. 돈 많은 사람들의 스폰을 받고 쓴 것인지 모르겠는데, 너무 화가나서 맨 마지막 장의 저자결론 부분은 읽지않고 던져버렸다. 던지기 전에 내 주위에 네임펜이 있었으면 표지에 "쓰레기"라고 쓰고 넣어둘 뻔 했다.
인간의 활동이 자연이기 때문에 빈부격차가 생태계이다?
그런데 왜 정부공무원과 사회안정을 바라는 '인간의 활동'은 자연이 아닌가?
일단은 주장에 대한 논리가 일관적이지 않아서 짜증이 나고, 독자에게 ABC부터 가르치려하는 계몽주의적 태도는 나를 분노케 했다.